[분석+] 외제차 불패는 옛말…2019 수입차 '고난의 행군'

입력 2019-12-30 13:59   수정 2019-12-30 14:00



외제차 불패 시장으로 불리던 한국 수입차 시장이 줄줄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일본 불매 운동에 차량화재, 사후수리(A/S) 불만 등 다양한 악재가 겹치면서 수입차 판매량이 대폭 줄었다. 6개 수입차 브랜드는 전년대비 30% 넘게 판매량이 감소하는 등 '고난의 행군'을 경험했다. 일부 브랜드는 내년에도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3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국내 수입차 판매량은 21만4708대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 24만255대에 비해 10.6% 줄어든 수치다. 전체 시장이 두 자릿 수 위축을 겪다보니 시장 점유율 0.5%(연간 1000대 판매)를 넘는 브랜드 가운데 10% 이상 성장한 곳도 볼보(23.7%)와 지프(42.3%) 두 곳에 그친다.

점유율 1위인 메르세데스-벤츠는 6만9712대를 팔아 전년 대비 8.4% 성장에 머물렀고 2위 BMW는 3만9061대 판매에 그치며 17.9% 역성장했다. 3위는 1만1401대 판매고를 올린 렉서스인데,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33.4% 늘어나며 상승세를 보였지만 하반기 일본차 불매운동 여파로 판매량이 줄어 결국 3.5% 역성장으로 돌아섰다.

2위와 3위가 역성장을 보일 정도이니 실적이 곤두박질친 곳을 더욱 많다. 작년에 비해 판매량이 30% 이상 줄어든 브랜드는 폭스바겐, 닛산, 도요타, 랜드로버, 재규어, 포드 등 6곳에 달한다. 작년 11월까지 1만4282대를 팔았던 폭스바겐은 올해 같은기간 판매량이 60% 감소한 5706대에 그쳤다. 올해 11월까지 닛산은 2725대를 팔아 전년 4617대 대비 41% 감소했고 도요타도 9288대에 그치며 전년 1만5196대에서 38.9% 줄었다.


작년 11월까지 1만1000대를 팔았던 랜드로버는 올해 6731대를 팔아 38.8% 줄었고, 같은 기간 재규어도 3473대에서 2283대로 줄어 34.3% 하락했다. 작년 11월 1만대 판매를 넘겼던 포드도 올해는 7509대에 그쳐 -30%를 기록했다.

업계는 이들의 판매 감소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꼽는다. 우선 아우디폭스바겐 그룹은 신차 인증이 늦어지며 공급물량이 끊겨 개점휴업 상태였다. 폭스바겐은 올 초 아테온과 파사트 재고물량 처리가 끝나며 판매를 멈춘 바 있다. 폭스바겐의 판매량은 재고 소진에 따라 1월 404대, 2월 62대, 3월 8대로 줄었고 4월에는 0대도 기록했다. 2월부터 4월까지는 정상 영업이 안 됐던 셈이다.


같은 그룹사 브랜드인 아우디 형편도 다르지 않았다. 아우디는 올 초 A6 재고를 소진하고 4월 0대, 5월 0대, 6월 1대, 7월 2대라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8월 A5, 10월 A6 판매가 재개된 후에야 월 2000대 수준 판매량을 기록하며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폭스바겐도 5월 아테온, 10월 티구안 판매 재개에 회복세로 전환했지만 그간의 공백을 회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도요타와 닛산의 부진은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로 볼 수 있다. 상반기 렉서스, 도요타, 혼다, 닛산, 인피니티 등 일본차 5개 브랜드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21.5%로, 수입차 5대 중 1대는 일본차인 상황이었다. 7월 일본의 수출규제로 여론이 악화되고 불매운동이 벌어지며 상황이 반전됐다.

도요타는 상반기 매달 1000대를 전후한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9월 판매량은 370여대까지 쪼그라들었다. 상반기 매달 300여대를 팔던 닛산도 9월 판매량이 46대까지 위축됐다. 불매 원인이 상품성에 있던 것은 아니기에 파격적인 할인 혜택으로 판매량을 다소 회복했지만, 재고 소진까지 한일 관계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판매량 감소가 반복될 전망이다.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각각 2017년과 2018년을 정점으로 판매량이 줄어드는 모양새다. 재규어 판매량은 2017년 4125대를 기록한 이후 감소추세에 있다. 랜드로버도 2016년부터 2018년까지 1만대 판매를 넘겼지만 올해 11월까지는 6731대를 기록, 한해 7171대를 팔았던 2015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업계는 이들 브랜드가 급격한 판매량 증가에 따른 AS 수요 증가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대수가 늘며 잔고장 사례도 늘어났는데, 신속한 AS가 이뤄지지 않아 불만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이저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으려면 국내 공급을 늘리면서도 원활한 정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어느 브랜드나 차량은 고장날 수 있기에 선제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 신뢰를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체 비율에서는 변함이 없더라도 절대치에서 고장 차량이 늘어나며 정비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고객들도 증가하는데, 정비 인프라가 그대로라면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고객의 불편은 배로 커진다는 의미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익스플로러 단일 차종에 의존하던 포드도 올해 3분의 1 수준 판매량 감소를 겪었다. 그간 유일한 수입 대형 SUV로 입지를 굳혔지만, SUV 열풍이 지속되며 국내 완성차 제조사에서도 팰리세이드, 모하비 더 마스터 등 경쟁력 있는 대형SUV들이 출시됐고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경쟁하던 GM 트래버스 등도 국내 시장에 선보인 탓에 독주가 어려워진 탓이다.

더군다나 6세대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 출시가 11월에야 이뤄진 탓에 기다림에 지친 소비자들이 경쟁 차종으로 이탈하는 경우도 많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드코리아는 지난 9월부터 접수한 사전계약에서 1000대 이상이 계약이 이뤄졌다고 밝혔지만, 지난달 판매된 2020년형 익스플로러(2.3 리미티드)는 384대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색상에 따라서는 계약 즉시 출고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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